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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리포트(5) : Wechat이 하면 안되는게 없다?

중국에 유학을 갔을 때 중국 대학교 안에 있는 피씨방에서 QQ라는 인스턴트 메신저를 처음 보았다. 당시에는 중국 친구도 별로 없고 외관상으로 보기에 쓰기 편한 메신저는 아닌 것 같아서 별다른 관심이 없었는데 대학에 들어가면서 주위 사람들이 다들 이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 필자도 급하게 아이디를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QQ를 사용할 때면 메신저 곳곳에 광고도 덕지덕지 붙어있고 로그인 할 때 문자 아이디가 아닌 숫자번호를 사용해서 불편한 점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다만 10억명의 유저가 있는 중국의 거대 서비스이니 현지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연적인 선택이었을 뿐.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이폰 3S가 중국에 출현했을 때 필자는 다시 Wechat이라는 서비스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QQ Wechat모두 텐센트(腾讯)의 작품이었으나 이 둘은 필자에게 무척이나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였다. 처음 QQ를 보았을 때 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불편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거지?’ 라고 생각했다면 Wechat을 처음 보았을 때는 이 서비스가 곧 중국 모바일 메신져의 대세가 될 것임을 예감하였다. (필자는 Wechat의 서비스가 흠잡을 때 없이 좋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QQ가 마치 첫 아이처럼 어떻게 키워야 할 지 고민해가는 과정에서 이것 저것 시도해 보다가 나온 작품이었다면 Wechat은 그 다음 아이처럼 좀더 방향성이 보였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Wechat 위협론
 중국도 바야흐로 모바일웹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제 대세는 PC가 아니라 모바일이다. Wechat은 이 흐름에 동승하여 6억명이 넘는 유저를 확보한 거대 서비스로 도약하였다. 중요한 것은 단지 6억명이라는 숫자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지금의 Wechat 10억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던 QQ보다 훨씬 더 위협적이라고 생각한다. Wechat이 모바일 시대의 가장 유력한 플랫폼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PC웹 시대에 사람들이 컴퓨터를 켜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메일 확인과 정보검색이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이 두 기능을 훌륭하게 제공하는 웹사이트들이 세상과 연결되는 관문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모바일 시대엔 관문이 바뀌었다. 스마트폰으로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은 결국 전화이고 사람들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기능은 통신이다. 그래서 통신기능을 가장 저렴하고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는 메신저 서비스가 관문으로서의 역할을 가지고 왔다.
Wechat의 확장
 우리나라에서 흔히 네이버가 하면 안되는게 없다고들 한다. PC웹 시대에 절대다수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워낙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모바일웹 시대에는 Wechat이 하면 안되는게 없는 것 처럼 보인다. 그리고 Wechat은 이미 메신저를 넘어서 거대 플랫폼으로 진화한지 오래이다.

모바일웹의 사용자 환경은 대부분 어플리케이션으로 구성된다. 게임을 해도, SNS를 이용해도, 사진을 찍어도 사람들은 대부분 상응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한다. 그래서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숫자는 모바일 서비스의 성패를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그런데 6억명의 유저를 확보한 Wechat이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와 서비스 홍보를 위한 매우 강력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 게임처럼 Wechat 나름의 게임 플랫폼을 만들어서 개발사들과 계약을 맺고 이를 퍼블리싱 하기도 하고 오픈플랫폼을 통해서 사람들이 새로 나온 서비스를 앱 다운로드 없이 즐겨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신생 게임이나 서비스의 홍보를 위해서는 개발사들에게 다른 대안이 별로 없다. 하지만 힘의 균형이 맞지 않아서 부당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게임 개발사들과의 수익 배분에서 Wechat 측이 9 개발사측이 1을 가져간다고 한다. 때로는 퍼블리싱 계약만 하고 게임을 모방한 후에 개발사가 만든 게임은 사장시키는 비 신사적인 일도 벌어진다고 한다. 그래도 중소 개발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Wechat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알리바바(阿里巴巴)가 최근 게임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나선 이유도 이런 배경과 관련이 없지는 않다.
 Wechat 결제서비스도 눈 여겨볼 만 하다. 지금까지 웹 결재서비스를 꽉 잡고 있던 즈푸바오(支付宝)의 대항마로 강력히 부상하는 중이다. Wechat ID와 전화번호, 계좌번호를 연동해서 간편하게 모바일로 결재가 이루어질 수 있게 만들었다. 지원하는 결재 항목도 매우 다양하다. 이에 더해서 최근에는 금융상품까지 판매하는 중이다. 결재서비스의 계좌를 그대로 이용해서 금융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해서 편리성을 더욱 증대시켰다. 이 역시 작년 6월에 알리바바(阿里巴巴)가 출시한 위어바오(余额宝) 서비스나 바이두(百度)의 금융서비스 등과 경쟁할 수 밖에 없다.
 한간에는 Wechat의 이동통신사 위협론 까지 제기되고 있다 (필자의블로그에서 에서 소개한 바 있다 www.gerykwon.blogspot.kr/2013/12/3.html)  텐센트의 MVNO사업 진출이 유력시 되면서 붉어져 나온 이야기 이다. 사실 메시지 서비스와 데이터 음성통화 서비스 모두 제공하는 Wechat은 지금도 이동통신사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강력한 경쟁상대이다. 이 밖에도 Wechat 공공계정을 이용한 소매업이나 마케팅 등도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주목할 만 하다.
 독식이냐 공생이냐

Wechat을 이용해 텐센트에서는 실로 많은 분야에 손을 대고 있다. 하지만 중국 인터넷의 기사나 컬럼을 읽다 보면 텐센트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의견들이 종종 눈에 띈다. 그 이유는 텐센트가 너무 욕심을 부려서 웹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입장이지만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로 알려진 중국 웹서비스의 트로이카 중에 유독 텐센트의 시장 지배적 지위가 쉽게 드러나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모바일로 재편되고 있는 중국 웹서비스 시장에서 앞으로 텐센트가 어떻게 공생의 길을 찾아갈지 주목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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