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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11 :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의 저작권 환경

이제는 중국인들도 더 이상 저작권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할 수 만은 없을 것 같다. 최근 들어 중국에서는 이와 관련해서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는 중이다. 그 동안 중국의 컨텐츠 소비 환경은 저작자의 권리보다는 사용자의 편의를 중심을 두고 성장해왔다. 사람들은 영화, 음반, 게임 등 대부분 컨텐츠들을 무료로 사용하면서도 이를 당연시 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저작권 관련 소송과 이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변화에서 중국사회의 방향전환 조짐이 엿보인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가 한창일 때 뒤늦게 시청자 대열에 합류한 필자가 지난 회를 보기 위해서 방문한 곳은 중국의 한 동영상 사이트였다.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료로 원하는 영상을 대부분 찾아볼 수 있는 중국 사이트들의 유혹은 떨쳐내기가 힘들다. 비단 한국의 컨텐츠 뿐만이 아닌 전 세계의 컨텐츠들을 중국에서는 대부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

4 16일 콰이보(快播, P2P방식의 동영상 재생 서비스)가 서비스 중단을 선언하고 영업방식을 전면적으로 개편 할 것이라고 밝혔다. 콰이보는 그 동안 동영상 내용 전송에 대한 기술적 서비스만 제공한다는 명분 하에 각종 음란물이나 불법저작권에 대해서 방관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법의 회색지대에서 실리를 취하던 콰이보 이용자들은 이번 조치로 마지막 남은 오타쿠들의 성지 마저 무너졌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콰이보의 이번 발표에는 불법내용에 대한 자체 검열과 저작권 확보 그리고 문화컨텐츠 자체 제작을 위한 투자 등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중국에서 동영상 재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들이 나아갈 방향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저작권 이슈가 있는 곳은 비단 동영상 만이 아니다. 중국의 출판업계 역시 저작권 지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각종 소설이나 무협지 같은 픽션에서부터 자기개발이나 자서전 같은 종류의 책들까지 모두 다 그 대상이다. 특히 주목할만한 추세는 출판사들이 출판물이 가진 하나의 컨텐츠 자원을 방송, 영화, 게임 등으로 확장시켜서 여러 사업영역을 아우르는 하나의 자원으로서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게임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다. 신흥시장인 모바일게임이 수많은 업체 진입으로 포화상태가 되면서 이미 알려진 소재를 이용해 비슷한 게임을 만드는 방법으로 개발사들은 리스크를 줄여왔다. 하지만 작년부터 지적재산권에 대한 법적 대응이 증가하면서 IP가격이 1년새 2~3배로 급등했다. 중국 모바일게임은 특히 무협소재가 많은데 대부분 유명 무협소설에서 소재를 가져온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명 무협소설 작가 김용선생의 저작권을 보유한 창유, 완미세계가 IP 불법도용에 법적으로 대응하면서 작년 한 해만 운영을 접은 게임이 100개가 넘을 정도이다.

위에서 나열한 몇 가지 사실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저작권 환경의 근본적 변화이다. 그 동안 저작권 관리가 어려웠던 것은 법률적으로 보호범위가 제한되고 처벌이 약하다는 제도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틀 안에서는 저작권자들이 수 많은 저작권 침해 사례들에 대해서 그 사실을 일일이 증명해야 했기 때문에 수익보다는 그로 인한 손실이 훨씬 더 컸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 3자인 플랫폼이 저작권 분쟁의 새로운 이해당사자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불법 동영상 유포를 막기 위해 배포자자 잡기에 급급했다면 최근에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도 책임을 묻는다. 인터넷 출판사로서 많은 저작권을 가진 샨다문학(盛大文学) 역시 저작물 불법 도용에 일일이 대응하기 보다는 바이두, 소후, 360, 텐센트 등의 검색 포털과 협약을 맺고 웹상에서 저작권 침해를 미리 차단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예전엔 IP도용을 통해 바짝 수익을 올린 뒤 소송을 당하면 약간의 벌금만 내면 되는 식이었기 때문에 중소규모 개발사들의 불법도용이 끊이지를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법적 제재가 가해지기 전에 저작권자가 먼저 써드파티 마켓을 압박해서 게임 다운로드를 차단시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저작권자들의 저작권을 공동 관리하는 협의체들도 많이 생성되고 있다. 이는 저작권 관리의 효율성을 높여서 침해사례들에 대해서 더욱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의 저작자 권리개선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멀티미디어 컨텐츠가 상품가치를 지닌 재화로서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저작권을 다른 자산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의식도 점점 더 확산되어 가고 있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14년도 인민대표대회(중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정치회의)에서 컨텐츠산업 육성이 중요한 발전전략으로 제시되었다. 중국사회가 저작권 보호를 통해 낙후된 컨텐츠 산업의 부흥을 이끌어 낼지 아니면 저작권 보호가 컨텐츠 가격 상승만 부추기는 자본의 횡포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변화 속에 새로운 기회가 도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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